언론보도

매일신문(2014년 8월 22일)
글쓴이 : 편집국
조회수 조회 : 4,434

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본부' 총재


"왜곡된 병영문화 개선 첫걸음은 서로 존댓말 쓰기"


                            


아들을 둔 부모들은 요즘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군이라면 우리 아들 못 보낸다." 결의에 찬, 아주 작심한 표정을 짓고서다.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 22사단 임 병장 GOP 총기난사 사건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부모는 언론 인터뷰에서 "참으면 윤 일병 되고, 참지 않으면 임 병장 되는 군대"라는 한마디로 지금의 병영문화를 일갈했다.


20'사단법인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본부' 정두근(62) 총재를 서울 마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3성 장군 출신인 그는 200332사단장 재직 때 병 상호 간 '존댓말 문화운동'을 펼쳐 큰 성과를 냈고, 이어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병영문화 개선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군 내 사고가 발생한 곳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바로잡는 '해결사'로 불리기도 했다. 인터뷰 끝에 "국방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병영문화 혁신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 총재는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병 상호 간, 지휘관과 병 간에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그 첫 번째는 ''"이라고 했다.


 


-정 총재는 상호존중의 첫 번째로 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3년부터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고 예편한 뒤에는 사단법인까지 만들어 관련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이 운동을 이끌어가는 힘이 무엇인가.


 


선임병은 후임병에게 '하시오' '합시다' '할래요'로 말하게 했고, 후임병은 '해 주십시오'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로 말하게 했다. 그러니 폭언과 욕설이 사라졌고, 구타와 가혹행위가 줄어들더니 각종 사고까지 없어졌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탈영하던 병사가 줄었고, 병원 이송 환자도 줄었다. 현실 도피 차원에서 꾀병을 앓던 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 사람이 싫은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없다. 그리고 병과 병은 수평적 관계다. 여러 가지 상황이 좋아지면서 '결국은 말이 문제다'라는 깨우침을 얻게 됐다.


 


-최근의 군 사고를 어떻게 보는가. 서로 존대하고 존중했다면 없었을 사건으로 보는가.


 


2000년대 초`중반엔 각 부대에서 병영문화 개선운동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존댓말 운동에서부터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 그린존 운동(특정 지역에서 가혹행위 금지)까지. 그러다 이명박 정부 초반인 2008년 말 육군본부에서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모토로 지침을 내렸다. 계급대로 반말하라, 소대장은 부소대장에게, 중대장은 행정보급관에게 존대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군기가 빠지고, 상명하복이 무너진다고 본 것이다. 그 뒤로 5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주 심각하게 곪은 부분이 지금 터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 지침이 내려왔을 때 어떻게 했는가. 병영문화 개선에 성과가 있었고, 어떤 확신이 있었는데.


 


물론 공개석상에서 비판했다. ``공 장군이 모인 무궁화회의에서 이런 지시는 잘못됐다고 몇십 분 동안 이야기했다. 권위는 리더가 찾는 것이 아니라 부하들이 세워주는 것이다. 앞에서는 큰소리로 복창하고 뒤에서는 '혼자 잘 해보쇼'라고 비아냥대는 것을 군기라고 볼 수 있는가. 기강을 세운다는 것은 내가 타인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존중이다.


 


-결국 일련의 사건들은 병사 개인의 탓이라기보다 현 병영문화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인가.


 


'관심병사'라는 이야기가 언론에 오르내리고 또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그 자체가 잘못됐다. 더 신경을 써야 할 병사라는 의미지만 그것 자체가 일종의 '낙인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관심병사로 분류된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모를 수 없다. '내가 찍혔나?' '내가 문제 사병인가?' 자괴감이 든다. 동료 전우도 그런 눈빛을 보낸다. 그런 비밀은 지켜질 수 없다. 국방부가 발표한 관심병사 8만 명이 사회에서도 문제아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 불편한 환경이 인격 모욕을 불러온다. 스물두 살 병장이 서른 살 이등병에게 하대하고 막 대한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가혹행위를 어떻게 해소하고 막을 수 있겠는가. 일사불란과 절대복종도 타율이 아닌 자율성에서 나와야 한다. 타율성에 길들여진 사병은 실제상황에서 쓸모가 없다. 365일 반복되는 일도 시켜야만 한다면 실제상황에서 총을 쏠까요 말까요 물어보고, 할까요 말까요를 물어볼 것이다. 내가 판단하고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진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런 와중에 상벌이 있어야 한다. 평소 나를 존중해준 저 사람, 나를 존중해준 군을 위해 싸우는 것이 군기다.


 


-일련의 사건을 접하는 선배 전우들은 '요즘 아이들이 참 약해졌다'고 지적한다. 우리 때는 이보다 더해도 참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참지를 못한다고 비판한다.


 


강함은 훈련을 통해 단련된다. 훈련의 빈도나 강도로 강해지는 것이지 인격을 무시하고, 가혹행위나 구타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유격은 생존을 위한 훈련이다. 그런데 실제 훈련은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기합이고 얼차려, 남는 시간은 가혹행위와 폭력이다. 훈련의 고통을 참아내야지, 인간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팔로우의 특성에 따라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 입대하는 우리 아들딸들은 형제가 적고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풍족하게 자란 사람들이다. 강요만으로, 군대의 규정과 법만으로 강한 군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딱딱한 것이 강한 것인가. 내가 주인이다는 소속감이 강한 군대를 만든다. 웃겨 놓고 웃는다고 기합 주고, 안 웃는다는 기합 주는 군이어선 더 이상 안 된다.


 


-이번 국방부 개선방안에 '언어순화 운동 전개'가 포함돼 있다.


 


32사단장 취임 이후 한 달쯤 됐을 때다. 구타나 가혹행위를 덮지 말고 정상적으로 처리하라고 명했다. 한 달 새 3건이나 발생했고 7명 구속, 열댓 명이 영창에 갔다. 그런 결재를 하면서 화가 나더라. 기합받던 후임이 고참이 되어 대물림한다면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그들의 부모, 그 때문에 처벌받는 간부들, 그들의 식구들까지 모두. 어떻게 하면 근본적으로 없앨까 고민하면서 생각한 것이 '존중과 배려' 운동이었다. '충성!' 경례한 뒤에는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이렇게 덧붙여 피드백을 주고 소통하자는 것, 위로부터의 지시가 일사천리이듯 밑에서부터의 이야기도 차단됨 없이 전달되도록 하자는 것, 경청하고 칭찬하자는 운동이었다. 그것이 다시 이뤄진다면 분명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댓글
상존배 바로가기메뉴 공지사항바로가기 교육신청 언론보도 로고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