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제

제22회 희망 유수양 원장의 "사랑과 존중이라는 기적의 치료법"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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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의 유멘탈클리닉 유수양 원장(일본 M&L심리치료연구소 대표)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국비유학생으로 일본 도쿄대학에 유학해 만주사변을 연구하다가 심리학 세계를 접하고 정신과 의사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M&L심리치료(Mindfulness & Loving Presence)로 일본 정신과 의사 논문 경연대회에서 두 차례 최고상을 받기도 하였다. M&L 심리치료는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두 가지 힘, 즉 마음 챙김(Mindfulness)과 사랑의 존재(Loving presence)를 근원으로 하는 치료법이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고, 사랑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명상 상태에서 평정심을 되찾는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이로 인해 유 원장은 일본의 국립정신병원에서 의사 교육을 맡는 것은 물론, 지난 2013년부터는 M&L 심리치료 전문가를 위한 트레이닝 코스를 개설해 매년 한국 의사, 특히 한의사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오전 7시부터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있었던 상존배 희망포럼에서의 유 원장 강의내용을 요약하였다.

제가 일본으로 건너 간 것은 1990년입니다. 그 후 오늘 포럼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애국가를 불러보았습니다. 눈물이 울컥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속에 흐르는 한국인의 핏줄과 정서는 어디에 얼마 동안을 살든 결코 지워질 수 없음을 또 한 차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른 아침임에도 이처럼 많은 분들이 모여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저에게는 충격입니다. 정두근 총재님의 따뜻한 배려는 제가 처음 오는 낯선 환경임에도 저를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숱한 임상을 거쳐 정립한 M&L심리치료의 본질도 바로 이러한 존중과 배려, 그리고 사랑입니다.

후쿠오카에 있는 제 진료실 책상머리에는 오늘 이 자리에도 함께 하신 소운 박병옥 선생님의 서예작품 ‘경청’이 걸려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므로 관계성을 맺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경청부터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저 같은 정신과 의사는 상대에게 맞는 존중과 배려, 사랑법을 찾아야 합니다. 제아무리 훌륭한 치료기술도 존중과 배려, 사랑을 근본으로 하지 않으면 설득이나 설교가 되어 역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훈련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고달픈 훈련이 아니라 나 자신과 상대를 행복하게 하는 즐거운 수행입니다. 말만으로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스스로가 존중과 배려 받고 있음을 체험하게 하는 훈련은 정신과 의사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의 바람직한 관계성 회복을 위해 누구에게나 필요한 수행일 것입니다.
사랑과 존중의 치료법
치료를 의학 기술로만 여기는 사람들은 흔히 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사랑과 존중이 치료법이 될 수 있나요?”
그때마다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합니다.
“Yes!"
임상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저는 정신과 치료에서 존중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체득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집니다. 특히 언어폭력과 심신폭력의 반복과 같은 환경적 요인은 누구라도 무너뜨립니다. 그래서 저는 일본 의사들에게 ‘매에는 장사 없다.’는 한국 속담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무너뜨리는 환경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 환경적 요인을 경청하다보면 치료법의 답이 나옵니다. 그렇기에 치료법은 사람마다 달라져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는 것이죠. 단, 모든 치료법의 근본은 하나입니다. 존중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담긴 치료라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과거의 아픔에 짓눌려있는 사람들이 주로 정신병 증세를 호소합니다. 폭력성, 공격성, 자살충동, 우울증 등을 제어하지 못해 약물과 알코올 중독 등에 고통 받는 사람들은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 이유 없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언어폭력을 비롯한 폭력적 관계성 속에서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치료도 관계성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제 임상 경험에 따르면 상대를 안심하게 만드는 관계 속에서만 치료가 가능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대가 존중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죠. 관계성 회복을 위한 훈련을 끊임없이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치료기술도 의미가 없습니다.

환자의 리소스(resource)와 치료자의 인격
인간의 몸과 마음은 하나입니다. 암을 비롯한 많은 병들이 억압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정신병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에서 심리치료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심리치료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니 부작용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보험회사와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십만 건의 사례를 확인하고 불행 요인과 극복 방법, 그리고 효과 등을 분석하여 고통 받는 사람의 병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하는 것은 치료기술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찾아주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로 좋은 점 찾아 칭찬하라는 것입니다. 변화에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리소스(자원)입니다. 치유와 회복의 길이란 결국 내 안의 가장 빛나는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환자는 이를 모르고 있으니 이를 찾아 자존감을 찾아 칭찬하고 피드백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치료자의 인격입니다. 환자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리소스와 힘을 발견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소통능력을 갖는 치료자의 자질은 곧 그의 인간관, 세계관, 치료관 속에 인간에 대한 희망과 낙천적 자세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상대를 더욱 존중하고, 사랑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기술
반세기 전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삶이 기술인 것처럼 사랑도 기술이라고 하였습니다. 인류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그가 사랑을 배워야 한다고 했듯이 존중과 배려도 치밀하게 연습하고 배워야 하는 기술입니다. 나아가 즐거운 수행으로 배워야 습관화하고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상대 단점을 들추려 하지 말고 상대 가슴에 있는 가장 빛나는 것을 먼저 볼 수 있는 뇌 회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존중과 배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귀한 선물이다. 제가 볼 때 상존배 운동은 이 귀한 선물을 나누는 운동입니다. 선물을 나누어 주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겠죠. 단지 이런 선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을 뿐입니다. 그래서 상존배 운동은 학교 교과과정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 자리에 모이신 분들의 열정을 확인한 저는 반드시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전문가인 치료사이고, 상대는 문제투성이 환자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상대를 가르치려하지 말고 인격을 먼저 존중하는 상호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살시도까지 여러 차례 시도했던 일본의 한 50대 정신분열증 환자는 M&L심리치료로 건강을 회복한 후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제 말 잘 들어줘서 고맙고, 많이 웃어줘서 고맙고, 손을 잡아줘서 고마웠습니다.”
또 일본 국립정신병원에 근무하며 M&L심리치료를 전수받아 임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자 한 명은 제가 책을 낸다고 하자 이런 글을 보내왔습니다.
“이 책을 만나는 순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경계심을 잊어버리게 하는 연꽃잎 색깔 밑에 안긴 자신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뭔가 문득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 것이다. 그곳에는 사랑과 상냥함과 유머가 가득하다. 그녀 앞에서는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있어도 좋다. 누군가의 흉내를 내거나 갑옷을 입을 필요도 없다. 그러고 있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보다 선명하게 의식적으로 나답게 살아가는 자신을 깨달을 것이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보면 날아올라야 할 때가 온다. 저 넓은 세상을 날기 위해 잠시 날개를 접고 쉬는 새처럼.”

존중과 배려야말로 사랑의 기술입니다. 나와 우리의 관계성 회복을 통한 행복선물이 온 누리에 전달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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