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주제

제17회 - 한국인과 살맛나는 살판 만들기 - 최봉영 교수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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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강국으로 발돋움하였다는 사실은 60년대와 70년대의 어려운 시절을 헤쳐 나온 세대에게 실로 믿기 어려운 감동이다. 그뿐 아니다. 우리는 이제 10대 강국을 뛰어넘어 세계 5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 한국인들은 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인의 근성과 두뇌와 성실성, 그리고 하면 된다.’는 의지로 발전해왔지만 더 이상의 발전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온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한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교도소에 갇히는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도 무언가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사람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던 것이다. 제대로 살아야 한다. 상호존중과 배려 운동도 이 사람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운동이 아니겠는가.





한국인의 심성 밑바탕에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살다에서 온 말이 사람이다. 물론 다른 동물도 살지만 사람만이 살림살이를 한다. ‘살림살이는 살려서 사는 것을 말한다. 농사일처럼 사람이 스스로 뜻을 가지고 살려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불을 살려 문명의 단계에 들어섰다. 불씨를 살려서 간직하는 존재이다. 다음으로 종자를 살려서 추운 겨울이 지난 다음에도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하나 사람이 살린 것은 말의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인들의 뜻을 살려 오늘과 내일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무언가 살려가는 삶이 한국인들이 생각한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사람 사는 일의 출발은 인사이다. 인사는 사람이 함께 되기 위함이다. 특히 한국인은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한다. ‘은 절반이고, ‘은 갑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같다는 뜻이다. ‘당신은 나의 반과 같다반갑습니다.’이니 이보다 상대를 더 존중할 수는 없다. ‘반기다반하다역시 상대를 내 반쪽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항상 우리라는 말을 즐겨 쓴다. 서양에서는 ‘My wife’라 하여 아내를 소유의 존재로 인식한다. 심지어는 하느님까지도 ‘Oh! my God!'처럼 나의 하느님으로 소유하려 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 하여 부부가가 서로의 반쪽임을 나타내고, ‘나의 하느님이 아닌 우리 하느님으로 인식한다. 한국인은 늘 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를 바탕으로 하여 을 찾으려니 나를 먼저 비워야 다른 이 찾아들어올 수 있다. 천 명을 아우르려면 나를 천분의 일 쪽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를 낮추어 내 밖에 있는 다른 쪽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큰 사람이다. 이러니 한국인은 팔리면 안 된다. ‘은 존재의 바탕이니 을 살리는 살판에서 한국인은 살맛을 느낀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맛을 본다. 이 맛이 모든 살아있음을 알리는 감각의 시작이다. 이러니 살맛이 나게 살판을 까는 일이 한국인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살판을 깔 동력을 잃으면 개인은 물론 국가도 죽을 맛의 고통 속에서 몰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은 유독 선진화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런데 조선의 선비들은 중국이 자기를 세계문명의 중심이라 하여 중화(中華)’라 하자, 우리는 소중화(小中華)’임을 자처했다. 이는 따라가는 선진화였기에 국운 비상의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근대화과정에서 앞서가는 선진화에 가장 먼저 눈을 뜬 사람들은 기업가들이었다.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계를 밟았기에 불과 3,40년 만에 세계를 선도하는 여러 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갖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이러한 선진화에 대한 열망을 마음껏 펼칠 학문적 바탕을 깔아주어야 하는 것이 인문학자들이고, 이러한 바탕을 삶의 현장에서 구체화시키는 판을 만드는 것이 정치가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사업가들이 갖고 있는 재주와 꾀를 제대로 펼치도록 판을 벌리는 학자와 정치가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의가 부족한 것이 이 때문이고, 함께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이 불균형으로 인해 판이 항상 위태롭다는 것이 한국사회의 불행이다. 기업가는 앞서가는 선진화에 전념해야 하는데, 인문학자는 남이 만들어 놓은 판에 기대는 공부를 하니 서양학문이나 흉내고, 정치가는 서구 민주주의를 흉내 내는 것이 선진화인 양 착각하고 있어 기업가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따라가는 선진화로는 안 된다는 것은 이미 한 세기 전 국권 상실의 비극으로 입증된 이상 인문학자와 정치가도 우리만의 살맛나는 판을 찾고 만들어 선진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기운을 차리고, 예절도 차려야 한다. ‘차려라는 말은 본(), 바탕을 뜻한다. 개인도 어른이 되면 살림을 차리듯이 국가도 선진국다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업가든, 학자든, 정치가든 서로 배워야 한다. ‘배우다배어들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말이다. ‘색이 배다.’ ‘애를 배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이러한 말을 만든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한국인 모두 살맛나는 을 차리고, 살맛의 기운이 삶속에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살맛의 열망을 제대로 표출해 세계5대 강국에 진입할 수 있다.

                                                                     최봉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한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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