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향기

수수께끼로 배우는 한자, 파자(跛者)놀이
글쓴이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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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破字)는 깨뜨릴, 혹은 쪼갤 파()이므로 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치거나 하여 맞추는 놀이이다. 파자의 기원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옛날 글방(書堂, 서당)에서 이름 한자를 풀어 좋고 나쁨을 수수께끼로 만들어 놀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파자(破字)에는 우리 조상들의 재치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가소(可笑)롭다'라는 말을 대놓고 하기 곤란하면 정구죽천(丁口竹天)’이라고 돌려 말하는 식이다(+=, +=). 또 목숨 수()자가 너무 어려우니 '사일공일구촌(士一工一口寸)'이라고 풀어 외우기도 하였다. 또 남()자를 밭(, 밭 전)에서 힘쓰는 사람(, 힘 역)으로 풀이하였고, ()은 가운데()의 마음()이니 선비가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근본인 마음이라 여겼다. 하늘과 땅과 사람(天地人, 천지인) ()을 하나로 잇는 존재가 왕이니 그 글자도 왕()이라 하였다.

훗날 봉산탈춤과 같은 서민들의 놀이에도 파자가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파자는 한자를 엉터리로 풀어 양반을 조롱하는 놀이 목적이었기에 정상적인 파자라 할 수 없다.

서 방 : 논두렁에 살피 짚고 섰는 자 무슨 잡니까?

생 원 : (한참 생각하다가) , 그것 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임자가 아닌가?

서 방 : 하하, 그것 형님 잘 맞췄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수수께끼를 파자라고 즐기는 양반의 무식을 풍자한 것이다.

민속에서는 이 파자를 이용한 점도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파자를 이용한 점쟁이가 왕이 될 점괘를 봐주었다고 한다.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이성계가 어느 날 길을 가는데 거리에 한자로 가득한 종이를 펼쳐놓은 점쟁이가 있었다. 이성계는 호기심에 많은 한자 중 문()을 선택했다. 그러자 갑자기 점쟁이가 벌떡 일어나 큰 절을 했다. 당황한 이성계가 왜 그러냐고 묻자, 그 점쟁이는 "()에 서서 여러 사람을 호령하니(, 입 구) 장차 크게 되실 분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또 하루는 이성계가 큰 통나무 3개를 나란히 짊어지고 집에서 뛰쳐나오는 꿈을 꿨는데, 이 역시 통나무 세() 개를 짊어진 모습이 왕()자와 같다 하여 왕이 될 꿈이라고 했다.

70세 생일잔치를 고희연(古稀宴), 80세 생일잔치는 산수연(傘壽宴, 우산 산  목숨 수  잔치 연)이라고 한다. '()'을 파자(破字)하면 '()()'이므로 80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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