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향기

서산대사 '人生'
글쓴이 : 편집국
조회수 조회 : 1,364


人 生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 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일도


슬픈일도 있다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게 있소.


기쁜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냥


그렇게 사는겁니다






<서산대사가 85세의 나이로 1604년에 입적하면서 마지막으로 읊은 시>



댓글
상존배 바로가기메뉴 공지사항바로가기 교육신청 언론보도 로고송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