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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1-19 21: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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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자 박광수(여의도고등학교 3학년)

rhkdtnrnt@naver.com 

 

 

  고3은 수능이 끝나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누구나 정신적 공황을 겪는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르바이트이다. 그리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자리가 서비스 업종이다. 나 역시 제법 규모가 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몇 차례 가족들과 갔던 집이기에 환경은 낯설지 않았지만 이제는 손님이 아닌 종업원 입장이기에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일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손님에게 정성껏 서비스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니 완벽한 서비스를 위한 준비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청소와 식탁 정리에도 기술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다양한 성향을 가진 손님들의 요구를 만족 시키는 일이 어려웠다. 어른보다는 어린 아이들이 더 힘들었다. 식당을 놀이터로 여기는 아이들을 미소로 달래고, 이를 방치하는 부모들 눈치까지 보느라 언짢은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지만 식당 예절의 중요성을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함께 일하는 선배들의 자상한 배려가 있었기에 철부지 아들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달 조금 넘게 일한 어느 날, 걸음이 불편하신 중년 손님이 혼자 식당을 찾았다. 가족이나 단체 손님이 대부분인 패밀리 레스토랑이기에 그 손님에게 눈길이 갔다. 가장 구석자리에 앉아 식사하시던 손님이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직접 음식을 담아 와야 하는 샐러드 바 이용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셨다. 기쁜 마음으로 샐러드를 갖다 드리자 맛있게 드시면서 옆자리 단체예약 손님들이 언제 오는지 물으셨다. 몸이 불편한 자신이 빨리 나가야 다른 손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 그때까지만 드시겠다는 것이었다. 배려를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나는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래서 나는 더욱 그 손님 근처를 맴돌며 편하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도왔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듯싶어 직접 커피를 갖다드리며 조금 더 편히 있다 가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멀찍이서 나를 지켜보던 매니저가 눈짓을 했다. 의아하게 다가간 나를 구석자리로 데려간 매니저는 빨리 내보내야 할 손님에게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서비스를 하면 어떻게 하냐고 꾸중하였다. 그동안 교육받은 서비스는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식사를 마친 중년 손님은 일어나서 계산대로 가면서도 연신 두리번거렸다. 분명 나를 찾고 계셨으나 차마 얼굴을 내밀 수 없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진정성이 없는 존중과 배려를 서비스로 포장한 곳에 출근할 자신이 없어졌다. 세상 한편에서 부딪친 가식의 민낯은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다시 그런 기회가 오더라도 그 손님 곁에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존중과 배려를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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