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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4-24 08:23:51
  • 수정 2015-04-24 10: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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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동면의 시간이 맹춘(孟春)과 잠시 엎치락뒤치락하는가 싶더니 어느 새 화려한 꽃들이 봄의 절정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올봄도 황사와 미세먼지가 어김없이 찾아와 꽃소식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로 멍든 가슴에 잇따른 병영 악성사고와 가진 자의 갑질이 더해져 국민 대다수가 가슴앓이를 했다. 그렇기에 청양의 해를 맞이하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건만 이를 비웃듯 국민을 실망시키는 사건 사고가 여전하다. 패거리 이기심에 따른 편 가르기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별로 나아질 기미가 없는 기득권자들의 갑질 행태와 권력형 비리 등은 거대한 대한민국호의 순항을 방해하고 있다.


MB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4대강사업과 해외자원개발사업 부정의혹에 대한 수사도 세상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특혜 의혹 기업회장은 검찰소환을 피하려고 안간힘 쓰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그는 뇌물을 주었다는 전·현직 고위권력자 실명을 적은 쪽지를 남겼고, 거론된 당사자들은 이를 적극 부인하는 권력 심층부의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방산비리에 연루된 방위사업체 대표와 전직 참모총장, 그리고 여러 명의 장군 및 장교들이 구속되었다. 민간회사 압수물에서는 2~3급 군사기밀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국토방위의 마지막 보루라 할 군 장성이 불량무기 도입을 눈감아주고, 군사기밀을 민간에 유출시켰다는 사실은 실로 믿기 어렵다. ‘우리나라 방산비리는 패망 직전의 월남군을 보는 듯하다.’는 언론 지적에 예비역 장군의 한 사람인 필자는 자괴감으로 할 말을 잊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방산비리는 이적 행위이니 반드시 뿌리 뽑을 것"이라 약속했으니 결과를 지켜볼 따름이다.


 


편 가르기의 폐해를 넘어서서


이런 패악(悖惡)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사사로운 물욕(物慾)에 집착하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을 마피아에 비유한 정피아, 법피아, 국피아, 관피아, 해피아, 군피아, 세피아 등등 이름조차 해괴한 집단이 패거리를 만들고, 아무 죄의식이 없이 사익(私益)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이분법으로 편 가르기를 일삼는 분열적 행위가 정계와 관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에서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심한 것은 종북주의자(從北主義者)로 낙인찍기이다. 국어사전은 종북을 북한 체제를 흠모하고 따르는 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무관하게 정부 여당 정책을 반대 또는 비판하거나 남북화해와 평화를 거론하면 무조건 종북주의자로 몰아간다. 건전한 시민까지도 생각이 다르다하여 종북으로 낙인찍으면 오히려 진짜 종북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낙인 이론에 따르면 특정인을 일탈자로 몰아가면 결국 범죄인이 된다고 한다. 이는 민주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기에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 하기에 공존하지 못한다.)’라는 논어의 명구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존중과 배려를 실천한 황희 정승의 지도력을 되새기며


황희(黃喜 1363~1452) 정승의 지도력이 새삼 그리워진다. 그는 청백리의 표상이면서 정치적 소신과 원칙의 바탕에는 모든 계층을 포용하여 아우르는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조선시대 최장수 재상으로 지금까지 칭송받고 있다. 하루는 황희 정승 집의 여종 둘이 싸우자, 이들을 불러 각각의 말을 듣고는 모두에게 네 말이 옳다.’고 했다. 옆에 있던 조카가 왜 바르게 판단을 안 하십니까?’ 하자 그는 또 그래, 네 말도 옳다.’고 대답했다. 또 재주가 탁월한 사내종이 있자 그 아이를 면천시키고 공부하도록 도움을 주어 과거에 장원급제까지 시켰다. 그는 당연히 황희 장승을 찾아와 감사인사를 드리며 옛일을 말하려 하였다. 그러나 황희는 그의 말을 막았다. 과거의 종 신분 노출이 해를 끼칠까 염려해서였다. 황희 정승은 이러한 배려심을 젊은 시절 평범한 농부를 통해 깨우쳤다. 소 두 마리를 몰고 밭가는 농부에게 젊은 황희는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는지 물었다. 농부는 황희의 귀에 대고 누렁소가 더 잘한다고 속삭였다. 왜 속삭이는지 묻자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무리 짐승이라도 비교하는 건 싫어합니다. 또 하찮게 대해서도 안 됩니다.”


 


이기적 탐심(貪心)에서 비롯된 혼란의 극복을 위해


황희 정승에게서 볼 수 있듯이 정치지도자들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존중과 배려의 이타심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 편 가르기를 부추겨 선거에 악용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큰 틀의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먼저 배려한다면 어이없는 국고 낭비와 권력형 비리도 사라질 것이다.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 하여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하였다. 개인도 이처럼 상호존중과 배려를 실천한다면 물욕(物慾)에 따른 인간성 파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종북 낙인, 그리고 미 대사 피습사건과 같은 소영웅적 돌출행동이나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갑질의 탐심(貪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에 헌신하여 포용의 문화를 정착시켜야하는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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